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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7 [로라드렉/R-15] 짝사랑2 [完]
  2. 2015.05.27 [로라드렉/R-15] 짝사랑

 로라스가 ‘그 곳’에서의 드렉슬러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대련이 끝나고 샤워를 마치자 유난히 좋은 냄새가 코 끝에 스쳤던 것도 같다. 그 날 따라 술을 같이 마셔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예상보다 드렉슬러의 준비가 조금 빨랐던 것 같기도. 무엇보다 그가 서두르다 그만 깜박 잊고 간 장갑을 돌려주려고 했을 뿐이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드렉슬러는 외출을 서두르곤 했다. 약속을 물으면, 어물쩡 어물쩡 잘 대답하지 않다가도 “여자친구?” 라는 말에는 펄쩍 뛰면서 손을 저었다. 그의 그녀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일 줄이야.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지리에 십오분 가량 길을 헤맸을까. 그래 봤자 고작 십오분. 안절부절 못하며 서둘렀던 이유가 밝혀지자 오히려 찝찝하기 이를 데 없는 기분이 되었다. 남자 연인. 그런가.

 

조금 더 이 일에 관해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예기치 못한 일로 생각보다 더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교제중인 연인이 있고, 그와 정기적으로 잠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사람에겐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그와 친구인 위치고, 그 스스로 연인이, 그것도 남자 연인이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자, 그럼 지금 나는. 허탈하게 새어 나오는 한숨을 단숨에 집어 삼켰다.

 

 “…어째서?”

 

 주머니에 집어 넣은 장갑을 움켜쥔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거리에 서있기엔 날이 너무 추웠다.

 

 로라스는 다음 번 대련이 있을 때까지 그 날에 관한 기억은 떠올리지 않았다. 좋을 것이 없었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와 창을 마주하는 순간 흔들리는 집중력에 결국 손에 쥔 창을 미끄러트렸다.

 

 쨍강.

 

 빈 대련장에 쇳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무슨 일이야? 너 어디 아파?”

 

 걱정해주는 말에 괜시리 억울해져 한 소리 하기 위해 숨을 들이켰다가 곧장 그만 두었다. 이것은 함구하기로 했던 사항이다.

 

 “아무것도. 컨디션이 별로군. 조금 쉬었다 할까?”

 

 “많이 안 좋으면 쉬지, 오늘.”

 

 정말 걱정이 되는 듯 벤치에 따라 앉는 드렉슬러에게서 옅은 땀냄새가 났다.

 

 “체온이 조금 높은 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너 열 나? 많이 아프냐?”

 

 아니. 나 말고 자네. 이 자식, 진짜 많이 아픈가 보네. 무심코 나간 헛소리에 실없는 대화가 오갔다. 정말로 어딘가 조금 안 좋은 모양이었다.




 자리를 먼저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 급한 일도 아니었는데. 이 근방으로 오지 말 것을.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재빨리 좁은 골목의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찬 공기에 거친 숨으로 하얀 김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같은 바. 맞은 편의 천박한 네온 싸인 간판. 드렉슬러의 어깨를 감싼 낯선 남자. 선명히 기억하는 일주일전과는 다른 얼굴. 봤을까. 저를 봤을까. 로라스는 제 입을 한 손으로 틀어막았다.

 

제 숨을 찾자 밀려드는 것은 당혹감도, 혐오도 아니었다. 저조차 놀랄 정도의 기묘한 배신감. 정체를 모를 것이 하수구 썩은 물내 마냥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그의 시선을 알고 있다. 그의 눈은 마치 잔잔하게 타오르는 불꽃같아서 돌아보지 않아도 그 시선의 끝에 자신이 서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은 라이벌이자 아카데미의 선배에게 인정받은 기분이 들 때면 기뻐서. 그것이 너무 기뻐서. 뜨거운 눈. 그보다 더 타오르는 눈으로 처음 본 남자와.

 

 몇 번의 키스를 나누고 옷을 벗고 나면 서로를 쓸어 내리며 살을 엮을 테지. 처박는 것을 좋아할까, 제 몸을 갈라내는 것을 좋아할까.

 어깨 안쪽이 뻐근했다. 감아 내린 눈이 뜨여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수없이 봐온 땀에 절은 그의 상체와 자신은 보지 못한 그보다 더 깊은 곳에 허기가 져왔다. 그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감히.

 

 악물린 이에 흠칫. 로라스는 크게 몸을 떨었다.

 

 “내가…뭐라고…”

 

눈을 떠도 끊기지 않는 노골적인 장면에 머리가 푹 절여지자 결국 끝의 끝에서 자기혐오가 머리를 치켜들었다.

 

자신이 화를 낼만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자신에겐 그의 사생활에 신경을 쓸 이유도 없었고 그럴 자격도 없었다.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두 개의 살덩이에 이렇게 화가 나는 것도 아마 친우가 정조관념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실망 했을 뿐일 테지. 아무리 눈 앞에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상식과 맞지 않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다니.

 

 로라스는 고개를 세차게 털어냈다. 하지만 아무리 저를 호되게 혼을 내도 잔상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또 일주일이 흘렀다.

 

 창을 마주할 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울컥거렸다. 한참을 합을 받다가도 저도 모르게 틈이 날 때마다 시계에 눈이 갔다. 잠시 쉬며 물을 마실 때도,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낼 때도, 샤워실에 들어갈 때조차 로라스는 눈 끝에서 드렉슬러를 놓지 못했다. 계속 되물어지는 물음. 설마 오늘도.

 

 “오늘도, 약속이 있나?”

 

갑작스러운 물음에 드렉슬러는 놀랐다. 하루 종일 평소답지 않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얼굴을 고수하던 로라스가 갑작스레 떳떳하지 못한 일정을 물어본 탓이다. 아, 뭐, 그렇지. 버벅버벅.

 

 “별 일 아니면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드렉슬러는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차마 마주보지도 못했던 눈을 돌려 시선을 맞췄다.

 

 “너,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평소 그라면 절대 할 리 없는 주문이었다. 제가 아는 로라스는 적어도 하루 전에는 약속을 잡는 남자다. 하물며 선약이 있다고 하는데. 분명 웃고 있는 얼굴인데도 드렉슬러는 어째서인지 그가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일은 무슨.”

 

드렉슬러에게서 약속이 있다는 대답을 듣자 단숨에 속이 들끓어 올랐다. 치미는 화에 그를 떠밀어 벽에 몰아세우고 오늘은 또 누구와 난잡한 짓을 할 생각인지 캐물으며 쏘아붙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인정해야 했다. 처음부터 아마도 따위는 없었다. 그저 질투에 눈이 멀고 누군가 그에게 먼저 손을 댔다는 사실에 분노했을 뿐이었다.

 


 “그저 친구끼리 술 한잔 하자는 거지.”

 

 이렇게 인정하니 속은 오히려 편했다. 어쨌거나 자신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로라스는 진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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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R-15] 짝사랑  (0) 2015.05.27
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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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주의. 로라스가 안 나와요. 드렉슬러 빗치성향 주의.)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한다.

한참을 거울을 보고

완벽하단 생각이 습관처럼 잠시 들다가도

그 잠시가 지나면 조금 의기소침해진다.


결국 닿지 못할 것이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또 다시 이렇게 눈치를 본다.


무슨 실수를 하지 않았나. 

조금 과하지 않았나.

아까 이말은 심한 것 같다.


그의 손짓, 몸짓, 말투, 조그만 변화에 병적으로 의미를 두고


전하지 못할 것에 움츠러든다.


절대 전하지 못할 것에.



창을 쥐는 굵은 손과 갑주를 벗어내릴 때의 땀에 젖은 어깨를 그의 등 뒤에서 눈으로 훑는다. 그가 갑작스레 자신을 휘어감고 키스하는 상상을 한다. 관리되지 않아 마른 입술을 적시며 그 단단한 목을 휘어감고 매달리면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 손가락을 기대한다. 드렉슬러.


멍하니 서있다 마주친 눈에 로라스가 살풋 웃을 때면 드렉슬러는 어정쩡한 인사와 함께 항상 급히 자리를 나섰다. 조급하고 다급해지는 기분을 드렉슬러는 감추지 못한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연무장에서 로라스와 마주친 뒤에는 항상 바를 찾았다. 이 편이 쉽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체격에 말 수가 적을 수록 좋다. 불을 끄고 밤을 새워 울고 나면 서로를 잊고 또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어 좋다. 끈적한 애정과 일말의 집착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러고 나면 잊을 수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허탕을 치는 날은 부지기수였지만 오늘은 운이 좋았다. 모든 조건이 맞는 상대는 조금 어리다뿐 얼굴도 제법 닮은 느낌이 든다.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으로 이 거리를 지킬 수 있다면 별 상관없었다. 가까이 닿는 뜨거운 숨으로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제 목을 쓰다듬고 깊이 끌어안아 옷깃을 헤쳐 목에 입술을 묻는다. 하아- 옷도 벗지 않은 채 들뜬 한숨이 먼저 터졌다. 드렉슬러는 애송이의 흥분에 제가 다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름."


흥분으로 들끓는 낮고 거친 목소리. 그가 자신을 이렇게 불러만 준다면.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드렉슬러는 주춤거렸다.


"알 거 없어."


"그럼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하죠?"


하던 것을 멈추고 남자는 드렉슬러를 팔 안에 가둔채 거리를 벌렸다.


"부르지 마."


"싫어요."


"하…."


 오늘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드렉슬러는 한숨을 쉬고 침대 맡 미등을 켰다. 지긋하게 마주하는 시선에도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생긴 놈들은 원래 다 그렇게 고집이 센건가.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흥분에 잔뜩 절어있는 주제에 강한 척은, 니미.


"비켜. 갈 거야."


 드렉슬러는 남자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의자 위 겉옷을 집어들었다.


"아-!"


 순간 잡아당겨지는 팔뚝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자 남자는 드렉슬러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당신 유명해요. 당신이 나타나는 요일, 시간대, 좋아하는 스타일. 그런 거 모르는 사람 거기엔 아무도 없어. 그런데 다들 이름을 모르더군요."


양 어깨를 단단히 붙잡히자 비슷한 키때문에 부담스러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다.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 붙잡힐까 무섭다. 남자의 두 눈은 옅은 푸른색이었다. 녀석의 눈은 좀 더 선명하고 밝다. 다만 둘 다 보고 있노라면 아주 뜨겁고.


"난 수다쟁이는 별로야. 놔. 계속 캐물으면 갈 거야."


또 곧아서.


"나 당신한테 반한 것 같아."


 도망갈 수가 없다.


 남자는 20대초반쯤으로 한창 혈기왕성 할 때였지만, 이런 녀석따위 드렉슬러에겐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때려눕힐 수도 완강하게 거절하고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다. 닮았다. 그뿐이었다.


"…미치겠군."


 도저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시선을 피하는 드렉슬러를 남자는 깊이 끌어안았다. 그를 놓아주고 다시금 조심스레 입술을 내렸다. 상냥하게 셔츠를 벗기고 부드럽게 침대로 이끌어 다정하게 다시 또 입을 맞췄다. 잘 단련된 근육을 손끝으로 더듬다 휘어쥐고 부드럽게 허리부근을 주물렀다.


"거친 쪽이 나아."


 예민하게 허리를 뒤트는 드렉슬러의 움직임에 남자는 조금 화가 났다.


"거짓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밀려오는 감정에 심술이나 손을 더 끈적하게 놀렸다.


 전해들은 이야기처럼 새벽이 오기 전 드렉슬러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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