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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가둘 새가 필요한 게 아니잖아.

 

 참다못해 내뱉은 말은 고지식한 남자답게 한 없이 옳은 말이었다. 둘은 연인이고, 또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언제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아니 손을 뻗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남자는 상대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했다. 수 많은 이야기가 해피엔딩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 중에서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것. 상대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 직접 마주하니 생각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것을 너무 단순하게 여긴 탓일까.

 

 수 많은 일과 서로가 걸어온 길과 향하는 곳, 원하는 것, 숨을 쉬는 공간 마저 겹치는 것은 없었다. 가느다란 인연에 매달려서는 어쩌면 둘 다. 혹은 나 혼자. 한 순간에 남자는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려 춤추는 기분이 되었다.

 

 시간을 줘.

 

 그는 그렇게 말했다. 서로의 고집은 우열을 가리느니 주먹싸움을 하는 것이 나았다. 남자는 인내심이 좋았다. 한결같이 그만을 바라보고 사랑했다. 그렇게 질질 끌어 지금 여기까지 왔다. 남자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허공에 걸리는 것은 하나 없었다. 두 발만 바닥에 붙어있을 뿐 남자는 밀면 미는 대로 비틀거리며 넘어질 것이었다.

 

 서로간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 그가 필요한 거리, 내가 필요한 거리, 겹치지 않고 남과 같은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만보는.

 

 그것이 싫었다.

 

 머리 맡 캐리어. 그는 정말로 짐을 쌌다. 여행을 간다고. 세상 구경을 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른 생활로 자주 함께 눕지 못한 침대는 오랜만에 따뜻하고 또 싸늘해서 남자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끓어오르는 가슴으로 수포가 생겨 진물이 나는데 떠나는 그를 잡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남자는 서로에게 못할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속삭이는 밀어도 애틋한 마음도 짧은 키스도 없이 귓전을 흔드는 그의 신음은 뜨겁고 또 달콤해서 남자는 중간에 멈춰서서 그의 가슴에 이마를 괴었다.

 

 가지마.

 

 툭하고 터지는 눈물을 막을 새 없이 그는 남자를 깊이 끌어안았다.

 

 그 말을, 기다렸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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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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