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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방 안에서 무언가 검은 것들이 와글와글 대고 있었다. 네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것들 위에 누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를 통해 몸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사각사각. 와글와글. 바다 위에 몸을 누인 듯 검은 것들 위에 두둥실 떠서 나는 네 생각을 했다.

 

 네 이름만으로 손 끝부터 냉기가 스며 팔이 저렸다. 하릴없이 그저 자꾸 네 생각만 났다. 헤아릴 수 없이 삼켜낸 많은 말들. 내 시선이 네게 닿아있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지켜내야 했다. 외면당하기를 바랐고 너는 친절하게도 내 소원 한가지만큼은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해주었다.

 

사실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지 않으면 좋은 것이었다. 특별할 것 없이 그저 항상처럼. 익숙한 하루와 익숙한 일상을 아주 익숙하게 넘겨내면 그만인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네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믿고 싶어했다. 어쩌면- 그 말이 너무 달콤해서.

 

 . 공간. 멍하니 부유하는 이곳은 하얗기만 했다. 하얗고 하얀 곳 어디즈음일까. 수백, 수천만의 어쩌면 그보다도 더 많을 검은 것이 꿈틀대며 서로와 엉켜 몸을 키웠다. 엉기기 위한 움직임이 살갗 건너에서 꿈틀거리진 않았지만 눈을 감고 보지 않아도 나는 시간이 갈수록 그것들이 점점 몸을 불린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와글와글.

 

 몸을 모로 뉘여 그것들 중 하나를 검지로 건져내었다.

 

 알베르토.

 

 새롭지 않았다. 와글거리는 것에 도로 이름을 놔주었다.

 

 나는 다시금 몸을 돌려 그 검은 것들에 등을 대었다. 그제야 수많은 네 이름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머리부터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뻘처럼 감겨드는 그것에 나는 눈을 감고 편안히 몸을 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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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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