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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두려운가?"

 행위와 제 마음과 그 후의 모든 것에. 질문에 드렉슬러는 웃었다. 

 "넌 네 두뇌를 얼마나 신뢰하지?"

 긴 손가락이 로라스의 뺨을 두드리며 뛰어놀았다. 로라스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견디며 입술을 물었다. 손가락은 이제 끝을 세워 귓바퀴를 따라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소름이 끼치자 앓는 소리가 났다.

 "나는 내 기억력을 꽤 믿는 편이야. 제 기능을 넘어서 일종의 축복 수준이지. 하지만 그곳이 출근 길의 도로라면. 글쎄."

 손바닥은 가슴팍을 따라 옷 속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드렉슬러의 손목을 낚아채어 당겼다. 숨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에서조차 드렉슬러는 눈을 피하지않았다.

 "엑스터시. 이건 두뇌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야. Boom! 그래서 너는 그 순간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기억할 수 있지?"

 드렉슬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허리를 들어올렸다.

 "절대 자신 없다거나 자신의 능력밖이란 이야기는 안하는군."

 "그게 사실이거든."

 "망설이고있나?"

 "조금은"

 "학자라는 건 좀 더 도발적이고 실험적인줄 알았는데."

 "목숨이 걸려있다면 확신이 있거나, 죽을만큼 궁금하거나."

 "그래서 나는?"

 "선택의 기회."

 "이제 와서 비겁하군."

 "명석한 거지."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게 됐나봐."

 드렉슬러는 숨을 크게 들이쉬어 가슴을 부풀렸다. 그는 조금은 다시 로라스와 키스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고 곧 이어질 일련의 일들이 꽤 기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뱉는 숨에는 잔떨림이 있었다.


 "오늘, 저녁 식사를 같이 할까? 우린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미 보름이 넘게 지났고 28일 째의 너는 날 어떻게든 식탁 위에 올려놓으려 들겠지. 물론 난 그 전에 널 죽이려고 하겠지만, 그건 너무 아쉽고 소모적인 일이잖아. 안그래?"


 "방금까지 잘도 주절댔던 것 같은데."


 "그래서 싫어?"


 '아무말도 하지마, 제발!'


 사실 드렉슬러는 이 후의 일이 조금은 겁이 났고 대화가 길어질 수록 자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끔찍할 정도로 쾌락에 약했고 앞으로의 일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얀불꽃이 튀기 시작하면 큰 마음을 먹은 것과는 별개로 아무 수확이 없을지도 몰랐다. 레코드의 시간은 1시간 남짓.


 "기억을 도와줄 무언가가 있으면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지겠지. 내 뛰어난 두뇌와 이어진 운명을 믿어보자고."


 "갑자기?"


 "믿고 싶어졌어. 배가 고파졌거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볍게 웃었다.

 저녁은 드렉슬러의 집에서 가벼운 빵과 토마토스튜를 먹었다. 대화는 없었고 식사 후에는 약속이나 한 듯 번갈아가며 샤워를 했다. 로라스가 씻고 나왔을 때 드렉슬러는 레코드판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무드라도 잡을 셈인가?"

 질문에 드렉슬러는 짧게 웃었다.

 "녹음을 할 거야. 너랑 나."

 드렉슬러의 손가락이 번갈아 서로를 가르키자 그 소리가 귓전까지 들릴 것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헛기침을 했다.

 "한가지만 물어볼게."

 "그러지."

 드렉슬러는 로라스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감싸 제 얼굴에 바싹 당겼다.

 "나한테 다시 반할 수 있겠어?"

 두 눈동자는 로라스의 속을 살피듯 좌우로 번갈아 움직였고 그것이 끝남을 알리며 드렉슬러가 눈을 깜박이자 그제서야 숨이 터지고 침이 넘어갔다.

 "아마도."

 "좋아."

 드렉슬러는 로라스에게 키스했다.




 "몇 번이나 멈추라고 말했잖아. 들리지 않은 거야, 못들은 척 한거야?"

 "전혀 듣지 못했어."

 "언제부터? 마지막 기억이 뭐야?"

 "자네가 내게 키스한 거."

 "하지만 뭔가 말하던 걸."

 "무엇을?"

 "그건 지금부터 들어봐야지."

 "어떻던가?"

 "짐승 같았고 자주 물더라. 목덜미는 쓰릴 지경이야."

 "아니, 자네."

 "응?"

 옷을 꿰어입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드렉슬러는 한동안 바닥을 바라보다가 눈썹을 들어올리며 침대 위에 누워있던 로라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여전히 나체인 채였다.

 "아파. 허리고 아래고 멀쩡한 곳이 없어. 네가 옷만 입을 수 있었어도 내가 벗고 누워있었을거야."

 "미안하군."

 "넌 어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네."

 "아니, 넌 어떠냐고. 날 여전히 사랑하는 것 같아, 아니면 기운이 빠질 때까지 섹스하고 나니 그럴 기분이 아닌 것 같아?"

 옷을 마저 다 입은 드렉슬러는 침대 위로 다시 올라 전처럼 로라스와 눈을 맞춰 기색을 살피듯 눈동자를 굴렸다.

 "예전 같이 자네를 집어삼키고 싶은 기분은 없네. 손가락 하나하나 먹음직스러워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않아."

 잠시간의 침묵이 있었다. 드렉슬러는 가만히 턱을 긁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 됐군. 그럼 이제 정말 레코드 판 하나에 의지해야하네."

 "그 엄청난 두뇌는 제 기능을 못했나보지?"

 드렉슬러는 슬쩍 웃더니 다시금 로라스와 눈을 맞췄다.

 "어젯밤의 내가 겪은 건 굉장히 폭력적인 섹스였어, 환자양반. 왜인줄 알아?"

  그는 되묻듯 깜빡이는 눈을 깔보듯 비웃었다.

 "네 놈이 내 몸에서 나오는 건 모조리 먹어치우려들더라고. 황홀해서 죽을 뻔했지."

 죽을 뻔했다는 말을 또박또박 씹어뱉는 드렉슬러로부터 로라스는 눈을 피하며 침을 삼켰다. 침묵이 이어지자 남는 것은 어색함 뿐이었다. 뱉은 말로써 드렉슬러는 꽤 괴로웠다.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견뎌내지 못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그 사이에 로라스는 몸을 일으켜 침대머리에 머리를 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원하는 건 데이터뿐인가?" 

"그렇다면."

 손에 얼굴을 묻고 대답하는 바람에 소리가 뭉개졌다. 로라스는 고개를 들어 드렉슬러의 어깨에 괴었다.

 "나는,"

 "너는?"

 "나는 어쩌면, 한 번 더 자네에게 협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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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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