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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시 정각, 2시 36분

 

일지를 적어넣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배지를 확인하고 혈청 분류작업을 시작했다. 실험실의 도구와 시약으로는 진행상 한계가 있었다. 피곤했다. 잠시라도 눈을 붙일까. 고개를 저었다.

 

깜박깜박 눈을 떴을 땐 마치 데자뷰처럼 전날과 똑같은 자세, 똑같은 모습의 드렉슬러가 보였다. 깜박깜박. 그 뒷모습을 또 한참동안 보았다.

 

한 폭의 잘 짜여진 그림처럼 노란 전등 아래로 드렉슬러는 미동도 거의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제멋대로인 성정과는 다르게 빈틈없이 꽉 채워진 등이다. 과거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등. 구겨진 셔츠 아래로는 분명 잔지방 하나 없이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있겠지. 드렉슬러가 고개를 돌렸다.

 

"일어났으면 말을 해. 이것도 적어 넣어야하니까."

 

"알겠네."

 

"뚫어져라 무슨 생각해?"

 

"빨간 드로즈 차림의 자네가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추는 상상을 했네."

 

"웩."

 

후후. 혀를 내밀어 과장을 떠는 모습에 로라스는 눈을 접어 웃었다.

 

"오늘도 눈가가 발갛군."

 

"알러지가 있어."

 

"동물의?"

 

"익숙하지 않은 털 달린 모든 것에."

 

"괴상하군."

 

"평범하지."

 

눈가를 문지르는 손길에 드렉슬러는 어깨를 으쓱였다.

 

"약은?"

 

"둘 다 부작용이 있어서."

 

"자네라면 더 좋은 약을 만들 수 있잖아?"

 

"하나를 가지려면 하나를 포기해야할 때가 있어."

 

"지금은?"

 

"머리가 멍할 바에야 조금 우는 게 낫지."

 

다시금 손 끝이 눈가를 쓸었다.

 

"다녀오지. 오늘도 열 한시쯤 오겠네."

 

"반 정도만 일찍 와줬으면 하는데."

 

물음으로 돌아선 로라스에게 드렉슬러는 조금 웃어보였다.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물류 확보 및 배달, 그 외 잡무를 맡고 있어. 토마스 스티븐슨.

 

로라스는 한 시간 일찍 실험실에 도착했다. 서류가방을 간이 침대 옆에 세워놓고 담요와 반쯤 읽은 책을 꺼내 담요는 무릎 위에 덮고 책은 펼쳐들었다.

 

일찍 왔네. 그렇게 됐네. 식료품을 쌓아놓는 옆 창고에서 두런두런 대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실험실 문이 열리고 드렉슬러와 하얀 목도리의 남자가 들어섰다. 가벼운 목례와 어색한 인사가 지나고 로라스는 다시금 드렉슬러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있나?"

 

"나는 신뢰하고 있어. 없어선 안 될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사람을 붙여준다고 하면?"

 

"나가는 문은 저쪽이야."

 

로라스는 다시금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마주한 눈에 꿀꺽, 토마스는 마른 침을 넘겼다.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토마스 스티븐슨입니다. 알베르토씨."

 

"알베르토 로라스입니다."

 

"마에스트로라고 부르면 돼. 이쪽에선 다들 그렇게 불러."

 

"코드명인가?"

 

"떨어져있어도 결국 뒷골목이야."

 

하하. 얼버무리듯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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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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