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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 정각, 2시 45분

 

까득까득, 손톱을 씹었다. 어쩌면, 정말로. 단정히 눈을 감고 잠들어있는 사내를 보았다. 리처드, 리처드. 조셉, 조셉 퍼거슨. 퍼거슨. 퍼거슨. 거친 모래알 같은 이름들이 입 안을 굴러다녔다.

 

미세하고 조그마한 것들이 신경 끝에서 맴을 돌았다. 그것은 사고의 진행을 방해하는 오탈자 같은 것들이었다.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시간에 붉은 케이프만을 들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화이트 칙스. 창백하고 메말라 온갖 편향으로 가득찬 짐승우리.

 

드렉슬러는 다시금 조그마한 소년으로 돌아간다. 볼품없이 말라 이국의 짐승들과 함께 철창에 갇힌 소년으로 돌아간다. 짐승 냄새. 짐승들의 냄새. 창 사이 들어오는 햇빛으로 공중에 떠다니는 온갖 털과 비듬과 먼지와 그들의 삶을 보았다. 부족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땀내 가득 배인 손으로 삶을 놓질 못했다. 허기지는 것은 배가 아니었다.

 

작고 뚱뚱한 남자가 뒤뚱대며 걸어와 철문 사이로 종이 조각 몇 장과 목탄 조각을 넣어주었다. 콧수염을 찡긋거리며 뱁새 같은 눈으로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내미는 것을 낚아 챘다. 때 끼인 손으로 그것을 움켜쥐고서 빼앗기지 않으려 날을 세웠다. 남자는 웃었다.

 

아까워. 아까워.

 

조셉.

 

기척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연구는 잘 되어가는가. 멍해보이는 걸."

 

농 섞인 어조에 시간을 일지에 적으며 대꾸하지 않았다. 로라스는 몸을 일으켰다.

 

"자네가 잠을 제대로 자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에 검지가 목 언저리를 배회했다. 뻣뻣히 굳은 뒷목은 저도 느낄 수 있었다.

 

"남이사."

 

"난 지금 내가 자네 시간에 대한 지불 역시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드렉슬러는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섰다. 감히, 누구를. 입 안에서만 맴도는 말을 뱉어낼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심상찮더니만. 이것으로 리처드가 붙인 사족은 명백한 것이었다. 귀찮은 영감.

 

 

"나는 네 생각보다 훨씬 성격이 나빠. 그건 못들었나?"

 

"불 같다는 이야기야 들었지. 다른 것은 글쎄."

 

치미는 분노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그 모습이 로라스는 꽤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결례를 범했군. 천천히 하지."

 

양 손을 들어올려 어깨를 으쓱 거리고 침대로 되돌아가 앉는 로라스의 모습에 드렉슬러 역시 다시금 자리를 찾아 펜을 들었다. 이리저리 휘갈겨지는 수식들은 평소보다 날카롭게 비틀려져 써내려졌다. 별 것이 다 문제를 일으켰다. 종이를 북 찢어 책상 구석 한 쪽으로 던졌다. 분이 풀리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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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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