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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취해 나가떨어진다. 어린 아이가 떼를 쓰다 지쳐 잠이 들듯이.

겨울은 끝이 났고 봄이 온다. 데워진 땅내음이 아직 찬 공기와 섞여 달다. 그런 종류의 꿈을 꾼다. 나는 너와 몇 년간의 사랑을 했다. 몇 번의 만남과 사소한 이별이 쌓여서 나는 이번에도 너와의 재회를 소망하며 일상을 소화해낸다.

우리는 몇 번을 만나 대화를 하고 사랑을 하고 또 싸우기를 반복했다. 네가 사과를 하거나 내가 사과를 하거나 사과없이 마음이 눈녹듯 녹아내리는 것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것과 닮아 나는 구태여 무엇이 지나왔는지 헤어리거나 생각하지않았다. 너는 늘 그곳에 있었다. 다만 이번의 일이 조금 길어져 그것이 불안한 것이다.

사랑을 하느냐면, 명백히 그러했다. 다 늙은 감정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려고 하면 너는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늙은 감정이 편안한 사람이었지만 너는 감정이 늙는다는 표현을 저의 사랑에대한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거기서 나는 화가 났을 것이다. 둘 모두 불길이 붙으면 끝이 없는 사람들이라 이후의 물어뜯음으로 시작이 잘 기억이 나지않을뿐, 분명 그 처음의 처음에는 사랑에대한 헛된 정의들이 부딪혔을 것이다.

나는 네가 너무 보고싶은 나머지 내 정의를 부정하는 짓을 한 나를 비웃었다.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애초에 불이 붙지않았을 것이다. 지켜나가고 지나가야하는 세월이 나는 더 많이 있을 것이라 믿고 너를 기다린다. 다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한 이유는, 사실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으로 잘어울리기 때문에.

너는 오가며 나를 의식적으로 보지않는다. 나 역시 너와의 마주침을 의식적으로 피하지않는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목례를 하고 일을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익숙해져 일상이 된 것에 일순 두려움을 느꼈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 내가 그간 바라고 보았던 것들은 어디서 왔을까. 나는 의식의 셔터를 내리고 로라스가 하는 양을 가만히 보았다. 그는,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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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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