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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올라온 글

(모브주의. 로라스가 안 나와요. 드렉슬러 빗치성향 주의.)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한다.

한참을 거울을 보고

완벽하단 생각이 습관처럼 잠시 들다가도

그 잠시가 지나면 조금 의기소침해진다.


결국 닿지 못할 것이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또 다시 이렇게 눈치를 본다.


무슨 실수를 하지 않았나. 

조금 과하지 않았나.

아까 이말은 심한 것 같다.


그의 손짓, 몸짓, 말투, 조그만 변화에 병적으로 의미를 두고


전하지 못할 것에 움츠러든다.


절대 전하지 못할 것에.



창을 쥐는 굵은 손과 갑주를 벗어내릴 때의 땀에 젖은 어깨를 그의 등 뒤에서 눈으로 훑는다. 그가 갑작스레 자신을 휘어감고 키스하는 상상을 한다. 관리되지 않아 마른 입술을 적시며 그 단단한 목을 휘어감고 매달리면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 손가락을 기대한다. 드렉슬러.


멍하니 서있다 마주친 눈에 로라스가 살풋 웃을 때면 드렉슬러는 어정쩡한 인사와 함께 항상 급히 자리를 나섰다. 조급하고 다급해지는 기분을 드렉슬러는 감추지 못한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연무장에서 로라스와 마주친 뒤에는 항상 바를 찾았다. 이 편이 쉽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체격에 말 수가 적을 수록 좋다. 불을 끄고 밤을 새워 울고 나면 서로를 잊고 또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어 좋다. 끈적한 애정과 일말의 집착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러고 나면 잊을 수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허탕을 치는 날은 부지기수였지만 오늘은 운이 좋았다. 모든 조건이 맞는 상대는 조금 어리다뿐 얼굴도 제법 닮은 느낌이 든다.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으로 이 거리를 지킬 수 있다면 별 상관없었다. 가까이 닿는 뜨거운 숨으로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제 목을 쓰다듬고 깊이 끌어안아 옷깃을 헤쳐 목에 입술을 묻는다. 하아- 옷도 벗지 않은 채 들뜬 한숨이 먼저 터졌다. 드렉슬러는 애송이의 흥분에 제가 다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름."


흥분으로 들끓는 낮고 거친 목소리. 그가 자신을 이렇게 불러만 준다면.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드렉슬러는 주춤거렸다.


"알 거 없어."


"그럼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하죠?"


하던 것을 멈추고 남자는 드렉슬러를 팔 안에 가둔채 거리를 벌렸다.


"부르지 마."


"싫어요."


"하…."


 오늘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드렉슬러는 한숨을 쉬고 침대 맡 미등을 켰다. 지긋하게 마주하는 시선에도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생긴 놈들은 원래 다 그렇게 고집이 센건가.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흥분에 잔뜩 절어있는 주제에 강한 척은, 니미.


"비켜. 갈 거야."


 드렉슬러는 남자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의자 위 겉옷을 집어들었다.


"아-!"


 순간 잡아당겨지는 팔뚝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자 남자는 드렉슬러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당신 유명해요. 당신이 나타나는 요일, 시간대, 좋아하는 스타일. 그런 거 모르는 사람 거기엔 아무도 없어. 그런데 다들 이름을 모르더군요."


양 어깨를 단단히 붙잡히자 비슷한 키때문에 부담스러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다.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 붙잡힐까 무섭다. 남자의 두 눈은 옅은 푸른색이었다. 녀석의 눈은 좀 더 선명하고 밝다. 다만 둘 다 보고 있노라면 아주 뜨겁고.


"난 수다쟁이는 별로야. 놔. 계속 캐물으면 갈 거야."


또 곧아서.


"나 당신한테 반한 것 같아."


 도망갈 수가 없다.


 남자는 20대초반쯤으로 한창 혈기왕성 할 때였지만, 이런 녀석따위 드렉슬러에겐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때려눕힐 수도 완강하게 거절하고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다. 닮았다. 그뿐이었다.


"…미치겠군."


 도저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시선을 피하는 드렉슬러를 남자는 깊이 끌어안았다. 그를 놓아주고 다시금 조심스레 입술을 내렸다. 상냥하게 셔츠를 벗기고 부드럽게 침대로 이끌어 다정하게 다시 또 입을 맞췄다. 잘 단련된 근육을 손끝으로 더듬다 휘어쥐고 부드럽게 허리부근을 주물렀다.


"거친 쪽이 나아."


 예민하게 허리를 뒤트는 드렉슬러의 움직임에 남자는 조금 화가 났다.


"거짓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밀려오는 감정에 심술이나 손을 더 끈적하게 놀렸다.


 전해들은 이야기처럼 새벽이 오기 전 드렉슬러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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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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