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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하고 불꽃처럼 타오른 뒤엔 비가 내리고 다시금 새싹이 오르겠지.


헐떡대는 숨소리는 먼저 가라앉은 열기가 마치 꼭 순간의 안개인듯 굴었다.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자면 고약한 영국의 안개마저 견디지 못할 정도로 선선한 바람에 갓 맺힌 땀방울조차 눈 깜박할 사이 식어버렸으므로 이것은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후희의 킁킁댐과 곧이어 버스럭거리며 시트를 쓸어댈 조그맣고 사소한 익숙함이 흐릿한 불빛아래 찾아오지 않았다. 감각이 죽어가며 시간이 멎어버리고 있었다. 꿀꺽, 드렉슬러의 침넘기는 소리를 안타깝게도 둘 모두 듣고 말았다. 로라스는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가슴팍이 들썩였다.


드렉슬러는 혀로 제 치열을 더듬었다. 치아 뒤와 천장. 혀가 입 안에서 뒹굴었다. 이쯤, 그리고 이쯤. 찌릿거리던 감촉은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제 옆에 누워 마찬가지로 천장만 보고 있을 나무토막을 떠올렸다. 효과가 있었다.


이번엔 입술을 치아로 물어 우물거렸다. 도톰한 살은 씹어댄 탓에 부어올라 치아가 닿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곧 터질듯이 매끈한 안쪽에 혀끝을 굴렸다.


이쯤, 이쯤. 계속 더듬었다. 뺨과 목, 가슴, 배의 굴곡과 무릎을 굽혀 허벅지까지. 시트가 버스럭거리는 소리는 그제야 났다.


제가 제 몸을 더듬거릴동안 로라스는 몸을 씻고 화장수를 발라 제 살정돈까지 마쳤다. 비 냄새. 가라앉은 영국의 새벽, 아침. 회색 도시, 그 웅장함과 과거. 과거. 찬란히 아름다웠던. 드렉슬러는 그 과거가 생각보다 변변치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과거는 시간을 뒤집어쓰고 무엇이든 아름다워지지 않는가. 그리고 결국 빛이 바래고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무엇이든.


뜨거웠다. 무엇보다 뜨거워서 저를 내주고 허락하고 사랑했다. 했었다.


등을 돌아누웠다. 시트를 어깨까지 얹고 눈을 감았다. 일정한 무게의 한결같은 걸음소리, 물잔, 겉옷, 방 문고리. 문고리.


"가지마."


문이 닫힐 때가 되어서야 소리가 희미하게 새었다.


문이 닫혔다.


잠시의 침묵과 놀라운 발소리가 울렸다. 떨어지는 겉옷과 끌어안기는 어깨와 뜨거운 손과 목덜미를 더듬는 입술이 순식간에 위로 쏟아졌다.


드렉슬러는 뛰어든 로라스를 깊이 안았다. 사랑해. 사랑해.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 내가 더. 더 많이. 소리가 속닥거려 귓속이 간지러웠다. 사랑하고 있었다.
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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