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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어색한듯 단단히 굳어있던 어깨가 이틀째에는 귀찮은듯 저와 멀리 물러났고 일주일이 되자 오히려 제 가슴팍으로 붙어오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제가 그의 뒷목을 희롱했던 날의 새벽, 그간 무슨 의식인양 해오던 일을 거른 탓에 찾아든 헛헛한 느낌으로 손을 들어 제 가슴팍을 쓸어내렸다. 추운 날의 온기란 그런 것이었다.

 

 희미한 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데. 옷가지를 벗어들다 말고 배쪽의 천을 훌떡 뒤집어 킁킁, 냄새를 맡았다. 향수의 화려한 향이나 로션의 포근한 냄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시원한 단내. 깊이 들이 쉬었더니 기분이 좋아져 니트 위에 얼굴을 묻어 비볐다. 사람 살냄새. 따뜻한 냄새가 났다.

 

-

 

 개가 품 속으로 파고들게 된 것은 며칠 되었다. 개는 이젠 꼬리를 흔들다못해 발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드렉슬러가 움직이는 대로 눈을 뒤굴뒤굴 굴렸다.

 

 "귀엽지 않아."

 

 가는 눈으로 개를 노려보자 개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으나 꼬리는 여전히 휙휙 바닥을 쓸었다.

 

 "밉상."

 

 파란 눈에 담긴 저는 여전히 낯설었다. 몇 번이고 파랗고 선명한 눈동자에 제가 비치면 드렉슬러는 저도 모르게 제가 제 고향 스페인의 하늘 아래, 그리고 하얀 빛이 너울거리던 푸르른 고향의 바다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을 타기 위해 돛이 펼쳐지며 공기를 때려 내던 소리가 뱃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와 섞여 들려왔다. 기대로 가득 차있던 여섯살의 첫 출항. 조셉은 자신이 이 모든 걸 기억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질 못했다.

 

 드렉슬러는 토마스를 통해 리처드와 세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처음은 드렉슬러의 것으로 당연스럽게도 드렉슬러는 제 편지의 첫머리에 리처드의 멍청함에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리처드가 제 이름을 달아 보낸 골칫거리에관한 불평을 쏟아냈다. 두번째 편지 전에 전서구가 도착했다. Close the door. 일전 도망쳐나오기 전의 작전명은 리처드의 밑바닥의 마지막 카드 같은 것이었다. 조셉은 그 때 죽었다. 제 수장을 배신하려던 오른팔은 우습게도 심부름 꼬마의 내부고발로 사살당했다. 꼬마는 조셉이 주어온 고아였다.

 

 "심지어 나도 알겠어요. 리처드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예요."

 

 "오래된 애증의 고리라고나 할까. 숙원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거지."

 

 별 것 아닌 듯한 어투의 리처드는 열을 내고 있는 토마스의 말에 되는대로 적당히 주어넘기는 듯이 답하며 영수증과 물건을 확인하고 칸마다 싸인을 했다.

 

 "이해할 수 없어요. 그 사람이 무슨 요원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렸어."

 

 잘린 말에 입술이 비죽였다. 성가신 녀석. 리처드는 제 콧수염으로 간질거리는 코를 실룩거리며 검지로 코 옆을 긁었다.

 

 "그 자식은 이전부터 B구역을 맡고 있던 마피아 집단의 우두머리가 맞아. 제 아버지 로라스가 제 아들 로라스에게 물려준거지. 그정도는 이쪽 계통 녀석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어. 네 녀석이야 이제 이 년차니까 알턱이 없지만."

 

 꼬맹이. 끝에 따라붙는 말에 토마스는 발끈 화를 냈다.

 

 "그 사람은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이제 슬슬 그만할 때도 됐잖아요. 육 년이에요. 리처드. 육 년이라고요."

 

 "그만해?"

 

 일순 공기가 날카로웠다. 토마스는 헛숨을 들이키며 입을 닫았다.

 

 "뭘 그만해."

 

 리처드는 화를 삭히듯 주먹을 움켜쥐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신경질적으로 펜을 놀리다 돌연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다. 쓸쓸하게 처진 눈꺼풀 아래 검은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답답한 마음에 리처드는 연거푸 제 늙은 거죽을 마른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주름과 검버섯이 당겨지고 하얗게 새어버린 털이 엉그러졌다.

 

 "이미 내 손을 떠나간 일이야. 내 일이 아니라고."

 

 몇 십년이나 곪아온 속이 말이 아니었다. 스러져가는 별을 볼 때의 죄악감과 잃어버린 것에대한 그리움과 탄식,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원망이 썩은 진흙처럼 문드러졌다.

 

 "꼬맹이. 녀석은 한 번 이 곳을 떠났었어. 내 손에선 고작 두 달. 고 맹랑한 것은 열 다섯에 도망쳐서 스물하고도 여덟이 돼서야 돌아왔다고. 난 녀석이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얇은 입술이 바르르 떨려오자 리처드는 손으로 입을 움켜쥐어 쓸어내렸다.

 

 "정말이지,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리처드는 조금 풀이 죽은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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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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