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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배경이 눈에 들었다. 방, 내방. 익숙한 침대, 익숙한 의자, 익숙한 천장과 익숙한 러그의 감촉. 그리고 익숙한 남자.

 

보고 싶었어.

 

흰 셔츠에 검은 바지, 맨발 차림으로 남자는 익숙한 듯 방 이곳저곳을 거닐다가 자신이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키면 어, 일어났어? 하고 인사를 했다.

 

여긴 내 방이야.

알고 있어. 보고싶었어, 알베르토.

 

여전히 남자는 제 할 말만 했다.

짧은 꿈. 묘한 아쉬움으로 입맛을 다시며 머리맡의 물을 찾았다. 목이 탔다.

 

이틀째,

 

왜 자꾸 나타나.

글쎄, 만나고 싶었어.

 

무언가 대꾸를 하려던 순간 잠에서 깨었다. 어찔한 현기증에 또 물로 목을 축였다.

 

사흘 째,

 

드렉슬러

한 번 더 네가 부르는 이름이 듣고 싶었어.

 

나흘 째,

 

오늘도 있는 건가.

너랑 있는 시간이 좋아.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묘한 꿈으로 로라스는 자신이 점점 말라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 꿈에서 나가, 난 자네를 꿈 속에서 더 보고 싶지 않아.

 

맞춰오는 눈동자가 묘하게 반질거렸다. 아, 아니 난…당황으로 더듬거리며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드렉슬러는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사랑해.

안녕.

 

멍청한 얼굴로 눈을 떴다. 안녕? 이별을 고한 것인지 그 이후로 더이상 꿈은 꾸지 않았으나, 안녕? 저는 마지막인사를 못했다. 이기적인 놈. 항상 이런 식이지. 자네는 항상 자기밖에 몰라. 조금 초조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꿈 속에서 그를 볼 순 없었다. 왜 찾아오지 않아. 드렉슬러. 눈을 감으며 늘 꿈 속 그가 했던 말을 되뇌었다. 사랑한다고 했던가. 그럴리가 없잖아. 자네가 그런 말을 했을리가 없어. 이유를 들어야겠어.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건지. 여전히 꿈에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익숙한 방은 정말 제 방이었고 항상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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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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