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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웅성거리는 대화 소리, 한 구석의 관현악단, 칵테일바와 서버, 그리고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파티는 이상할 것이 없었으나 오전 중에 끼인 안개처럼 위화감이 들었다. 로라스는 한쪽 벽에 기대어 파티장을 한 눈에 담았다. 조반니, 알폰소, 돈, 카를로스, 존, 프랭크, 벤자민, 안드레아, 마셜, 라이오넬, 제프리, 기타등등. 기타등등. 스치는 것만으로도 그네들에 관련된 자료가 죽죽 치고 들어왔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아무렇지 않게 웃고 어울리고 있었다. 간질간질한 가슴팍에 멍하니 웃음이 나오려하자 머리가 아팠다.

 

익숙한 군화발에 시선을 채여 시야에 제복의 남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이자 로라스는 저도 모르게 가슴팍 근처까지 날을 세워 손을 들어올렸다.

 

"이런…."

 

"위험했군."

 

제복의 남자는 웃으며 속삭였다. 자연스럽게 붙잡힌 손에 악수를 했다.

 

"그렇군요, 로위드 대령님."

 

등 뒤로 나는 식은 땀에 마주 웃는 수 밖에 없었다.

 

"마티니?"

 

"예."

 

바에 앉아 시시한 얘기를 나눴다. 밖의 날씨는 보았나? 나는 조금 먼저 도착해서 말일세. 선선한 정도고 구름이 낀터라 계속 맑을지는 모르겠군요. 아내분은 어떠신가요. 출산날짜가 다가와 예민한 상태네. 제 기한에 아이를 낳지못하면 위험할지도 몰라. 의사는 우선 기다리라고만 하는군. 아직 기간에 여유가 있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만 혹시 아나. 병원을 바꾸는 편이 나을지.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 병원의 의사가 제일 능숙하다지요. 병원 역시 이 근방에서 제일 훌륭한 곳 아닙니까? 이제와서 병원을 옮기는건 오히려 산모에게 위험한 선택일지도 모르죠. 옳은 얘기처럼 들리지만 나는 아무래도 예비 아버지로써 불안해서 말일세. 그 의사는 일전에 의료사고를 낸 적이 있거든. 한 번 실수한 사람은 그 부분에 더 민감한 법이죠. 두 번 실수한 사람은 그 실수를 필히 다시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

 

냉랭한 분위기로 바텐터는 빈 잔에 술을 채워넣었다. 병에서 액체 흐르는 소리가 울렸다.

 

"부디 순산해야할텐데."

 

"괜한 걱정이십니다."

 

"그러고보니 자네도 슬슬 짝을 찾아야지. 마음에 차는 아가씨는 만났나? 나는 자네가 여자 만나는 걸 본 적이 없어. 혹시 멀쩡히 생겨선 씨주머니가 텅 빈 것 아닌가? 요샌 가끔 그런 생각도 하지."

 

"대령님의 뛰어난 상상력에 맞춰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군요. 제 짝은 아직 인연이 아닌가봅니다."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고? 혹시 남자 좋아하나?"

 

"그런 일 없습니다."

 

 쯧, 로위드는 가볍게 혀를 찼다.

 

"아니야, 그건 또 모르지. 신께서 결정하신 일인데 어떻게 받아넘길 수가 있겠어. 상대가 남자면 어떨까. 여자를 사로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하지? 옷, 신발, 보석. 남자라면 집이나 차, 돈인가. 아니지 아니야. 무드가 없지. 사랑에는 무드가 필요해. 필요하다면 반지라도 주어서."

 

눈이 번뜩였다.

 

"사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제 검지 손가락의 반지가 유난히 빛났다.

 

 

대령은 미혼이었다.

 

 

 

와장창. 철기 쏟아지는 소리가 복도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제 공방이었다.

 

"미친 새끼."

 

정신없이 쫓아들어가니 열린 문 뒤로 황망히 방에 서있는 머저리가 보였다.

 

"내가 뭐랬지? 다른 방들은 어떻다고?"

 

금지. 입술이 우물거렸다.

 

"…길을 잃어버렸네."

 

"거짓말쟁이."

 

톡 쏘아 들어오는 말투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미안하네."

 

"거짓말쟁이."

 

생각없이 방문을 열면 큰소리가 나도록 물건을 장치해둔 것은 자신이었다. 침입자는 죽여버려야지. 드렉슬러는 그정도로 제 영역에 발을 대는 이를 싫어했다.

 

"본 소감이 어때? 네가 첫 손님이야."

 

같은 마피아 새끼니 별 상관없나. 그리 기분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부분이 없었다. 어제도 시간은 흘렀고 지금도 흐르고 있으며 아마 내일도 흐를 것이다. 그것은 대체로 그랬다. 팔짱을 껴 입구의 문지방에 몸을 기댔다.

 

중앙에 돌기둥은 맨홀에서의 물을 흘리기위해 나중에 세운 것이었다. 100평방미터는 족히 돼보이는 넓은 공간은 벽을 따라 공구와 시대착오적인 물건들이 줄을 서 배치되어있었다. 로라스는 낡은 인간이군. 하고 드렉슬러를 비아냥거렸으나 비웃음만 돌려받을 뿐이었다. "절박해지면 뛰어나지는 법이니까. 원래 그런거야. 자연섭리지." 시덥잖은 소리를 넘기고 벽을 따라 마저 걷던 로라스는 우뚝, 발을 멈췄다. 철, 강하고 빛나는 은빛 광물. 제련되어 날카롭게 빛나는 것은.

 

"후스타(Justa). 랜스인가? 어지간히 엔틱하군."

 

"틀렸어."

 

곧장 돌아오는 대답에 고개를 돌리자 담배를 빼어문 드렉슬러가 곧게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조금 숨이 막혀 길을 열자 떨어지는 선의 긴 팔이 랜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건 내가 만든 거야."

 

"1대 1의 후스타에서나 사용되는 구시대 유물 아닌가."

 

"그래서 좋은 거야. 알베르토."

 

창을 쓰는 손길이 눈을 사로잡았다. 손가락. 단단한 뼈로 불거져나온 마디가 생각보다 굵었다. 연필만 잡아본 샌님이 아닐 거라고, 그래, 그런 생각을 했었지. 조금 웃음이 났다.

 

"단 한 번."

 

순식간에 들어올려진 창은 물결을 타는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곧게 날아갔다. 콰득. 날아간 창은 하얀 페인트로 거칠게 그려진 과녁 정중앙에 꽂혀 온 몸을 푸드덕댔다. 전율이 흘렀다.

 

"단 한 번 말이야."

 

문짝에 그려진 엉성한 페인트과녁, 랜스, 철냄새 가득한 공방. 철냄새는 제게는 너무 익숙했다. 친숙하고 친밀하여 계속 자신을 자극하고 있었다. 로라스는 멍청히 과녁에 꽂혀진 창을 바라보았다. 한 번. 단 한 번.

 

"무모한 무기군. 그저 상징적일 뿐인 비효율덩어리야."

 

"그거면 충분해."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들어 이것은 마치 일상생활 속 대화의 재간넘치는 농담정도로 들렸다. 순식간에 불안이 흘러넘쳤다. 답을 원하는 얼굴에 드렉슬러는 또 등을 보였다.

 

"그래서 충분하다고."

 

그러고보니 그는 저를 알베르토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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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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