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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가는 고통에 꿈인 것을 잊었다. 고함과 비명, 귀를 울리는 폭발음이 뇌를 뜨겁게 달궈 피가 말랐다.

굵고 거친 손이 제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뒤로 밀어넣었다. 무지개빛으로 흐려진 세상, 그리고 정적. 기억에 틈이 생겼다.



흙은 바람을 타고 벌어진 입 속으로 밀려들었다. 버석거리고 마르고 비틀어져 입술에선 찝찌름한 피맛이 났고 거친 천이 버석거리며 뺨에 닿았다.

시야는 천천히, 아주 밝게 열렸다. 얇은 눈꺼풀은 사막을 잘도 버텨내어 끈적거리는 것이 속눈썹에 달라붙어 떨어졌다.

몸을 일으켜기 위해 팔을 바닥에 괴자 그제야 이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또 다시 낙하.

빛을 얼핏보았는데. 생각을 쥐고 있을 수 없었다. 모두 잃어버린다. 그저 한 날의 꿈처럼.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을 자꾸만 잊는다. 나를 나로써 온전히 남기는 사소하고 거대한 것들을 로라스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끝모를 낙하에서는 제 손조차 볼 수 없어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가 천장인지, 심지어 자신이 정말로 하강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일순 일렁이는 바닥에 발이 닿았다.

빛이 한줄기 떨어졌다. 찰칵. 눈이 부신 스포트라이트의 빛이 비춘다. 그림자 아래에 눈이 부셔 로라스는 눈을 깜박였다. 달칵. 어스름한 푸른 빛이 내려 앉았다. 그곳에 크고 검은 개가 있었다.

개는 로라스을 마주보고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보였다. 개는 달리기 시작했다. 새벽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빛을 가르고 조금더 밝은 곳으로 달음박질쳤다.

문이 있었다. 수 없이 많고 어지러운 문들이 끝을 모를 공간에 덩그러니 세워져있었다.

문들은 제멋대로 열렸다 닫혔다. 개는 그 사이로 부드럽게 뛰어다녔다. 로라스는 그 뒤를 쫓았다. 문이 열릴 때마다 그 건너에는 밝거나 어둡거나 흐리거나 선명한 기억들이 있었다. 개는 그 곳으로 뛰쳐들어가거나 열리는 문을 피해 도망을 쳤다. 그 어지러운 술래잡기 속에서 로라스는 일순 깨달았다. 개를 놓쳤다.

다시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어디에 길이 있을까.’

‘앞으로 걷자.’

‘무언가를 찾자.’

‘그런데 나는 누구지.’

‘여기서 나가야해.’

‘나가야해.’

그런데 내가 왜 나가야하지.

그 때 희미한 연기 냄새가 났다. 향을 태우는 단내. 그 매케하고 안심이 되는 냄새. 눈 앞에 문이 있었다.



문을 열었다.

낯선 것이 서있었다. 그것이 서있는 컴컴한 넓은 돔 안에는 투기장의 기운이 횃불과 함께 일렁이고 있었다. 잠들어 있던 용. 지금 자신의 뒤에는 열 댓명의 조직원이 있었다. 모두는 잘 훈련된 병사들이자 충실한 하인으로 제 목숨을 아까움없이 명령 하나에 바칠 이들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자신이 느끼는 이 압박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혼자다. 언제나 그랬다.

제임스는 제 바로 뒤의 둘을 집어 내었다. 들어가봐. 턱짓만으로도 지명된 이들은 재게 움직였다. 달려든다.

쒜엑-쾅.

거대한 것이 덤벼들었다. 성공적인 사냥을 자축하는 사슴의 머리. 방금까지 숨을 쉬던 따뜻한 육체가 꼬챙이에 꿰여 벽을 전시했다.

“너는 여전히 멍청하고 비겁한가, 응? 니노.”

남자는 허공에 창을 휘둘러 예를 보였다. 희끗이는 새치가 불타오르듯 반짝이고 번들거리는 두 눈에는 광채가 어렸다. 잊을 수 없었다. 드렉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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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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