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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일년 전이었던 것 같다. 시에스타 대신 영국의 티타임동안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 만으로 사정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 일어나고 머물러야할 순간을 깨닫게 된 것이.


어느 날, 이 날은 조금 달랐다. 함께 있는 시간이 오래된 쿠션의 먼지냄새를 맡은 듯 불편했다. 익숙하고 변하지 않은 것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꽤나 명쾌할 정도로 분명해서 드렉슬러는 로라스 역시 이 자리를 불편해하는 것을 알았다. 일어날까.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드렉슬러는 몸을 일으켰다. 무엇인가 삐그덕,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처럼 어긋나는 것만 같았다.


먼저 앞장서 걷는 로라스의 등 뒤를 드렉슬러는 고요히 바라보았다. 카페 밖 유리창에 반대방향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춰지자 무언가 정말로 끝난 느낌이 들었다.


로라스는 뒤를 돌지 않았다.


변한 것은 없었다. 서류와 야근과 외근과 늦은 저녁, 인사. 가끔은 시선이 맞닿기도 했으나 다른 동료들과도 흔히 있는 일로 특별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갖지 않게 된 티타임도 그립다거나 하질 않아서 잠시간 시간이 지나니 생각조차 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밤참인 빵봉지를 안고 뚜벅뚜벅 걷다가 드렉슬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가게의 커다란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다. 넓은 공간이 허한 느낌이었다. 늘 이 자리였는데.


문의 종소리가 맑았다. 목이 말랐다. 물 한 잔과 루이보스, 프레첼을 주문하곤 멍청하니 창문 건너를 넘겨보았다. 낡아빠진 취향의 가게 주인은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 없이 제가 아는 것만 벌써 이년째 같은 레파토리의 노래를 매일 같이 틀어대었다.


"지겹지도 않나."


별 뜻 없이 샌 소리가 어지간히 싱거웠다. 신문이나 가쉽지등으로 테이블을 잠시간 어지럽히면 약간은 한심하다는듯한 눈으로 제자리를 만들던 손이 잠시간 조금 그리워졌다. 두기가 어색해진 손으로 테이블 위를 매만지다보니 주문한 차와 빈 속에 집어넣을 프레첼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자리를 잡았다. 묘하게 입맛이 없었다.


창 밖으로 사람구경을 했다. 바삐 걸어가는 양복쟁이, 허리 굽은 할머니, 아마도 저녁식사에 늦지 않기위해 달려가고 있을 아이들에 뜻없이 시선을 얹었다. 끝의 끝에서 놓아버린 시야에 걸린 것은 다정한 연인으로 무언가 서로에게 조근조근 속닥거리고 있었다.



재밌는 영화였지.


여주인공이 정말 아름다웠어.


그녀는 스크린 속의 환상일 뿐이야.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죄는 아닐거야.


다만 소중한 것을 잃게 되겠지.



"내 사랑."


그네들의 대화를 머릿속으로 그리다 저도 모르게 말이 튀었다. 드렉슬러는 제풀에 제가 깜짝 놀라 황급히 입술 위를 손 끝으로 누른채로 고개를 숙였다.


순간 등 뒤로 무겁고 사부작 거리는 것이 닿았다. 둥둥둥. 귓전의 북소리.


"불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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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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