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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창 전력으로 썼던 건데 장마를 장미로 잘못보고 쓰는 바람에 마감을 못맞춘 글 ;~;)

집에는 늘 자네가 있었어. 내가 섬세한 편이 못되니 서툴게나마 집을 돌봐주곤 했지. 바다 건너 타지에서 서로 돕고 산다기에는 우리는 너무 친밀한 관계였네. 이건 자네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두 개였던 집이 비싼 물가로 하나가 되고 같이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고 거실의 소파에 나란히 앉거나 커피테이블에 앉아 오후의 차를 마시고 부스럭대는 신문소리나 서류조각이 내는 조금은 날카로운 소리가 익숙해지고 나서는 머지 않아 우리는 침대마저 같이 쓰게 됐어.


오늘 같은 날이야 언제라도 계속 될 거라고 난 늘 생각했네. 하루하루 다행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그런 거짓말을 했지. 사실 거짓말이라기엔 이상했어. 자네는 정말 늘 집에 있었고 늘 내 곁에 있으면서도 항상 비슷하고도 놀라운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았거든.


다만 나는 종종 불안해지곤 했네. 가끔씩 자네는 지루함에 잠겨 질식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곤 하니까. 사실은 최근에 들어서야 내가 불안해한다는 걸 알았어. 그전엔 그저…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런데 언젠가 자네가 또 지루함에 잠겨있다 나를 본 거야. 자네를 바라보고있던 날 말일세. 자네는 웃었어. 웃음은 굉장히 부드러웠고 햇살처럼 푸스스 공중에 바스라졌지. 나는 그제야 안심했어. 그래서 알았지. 내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 말일세.


동시에 알았어. 빛이란 거 말일세. 잡아둘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전구라던지 빛나는 도구들이 있지만 막을 수는 있어도 가둬놓지는 못해. 그것들은 언제나 뻗어나가고야 마니까. 그것들이야 원체가 그런 것들 아닌가.


나도 그저 웃고 말았어. 낮이 오고, 밤이 오고, 등 뒤의 바스락 소리나 시트를 타고 오르는 온도라던지 자네의 손끝이나 샤워 후의 부드러운 입술 같은 것들에 말일세. 나는 그것들에 그저 웃고 말았어. 그리고 오늘이 되었네.


저녁식사 후에, 원래대로라면 이제 곧 잠자리에 들어야하지만 나는 오늘이 되었네. 늘 그렇듯이 말이야.


오늘 아침에 말일세. 눈을 떴는데 자네가 눈 앞에 있는 거야. 매일 기껏해야 뒷통수나 아니면 벽이나 마주보고 일어나곤 했거든. 그런데 그 얼굴이 묘하게 또 정면이 아닌걸세. 나는 나도 모르게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고 있었어. 그런데도 순간 시트가 끌리고 스프링이 삐걱거린거야. 매트리스를 바꿔버리겠다고 순간 결심까지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자네는 일어나질 않더군. 세상모르고 곤히 잠든 얼굴에는 그 어떤 지루함도 불안도 느껴지질 않았어. 그때 나는 조금 행복한 기분이었네.


하루종일 기분이 좋더군 출근길의 미적지근하고 습한 바람이나 흐린 하늘이나 그 아래 빛바랜 회색빛의 건물이나 질기고 식어빠진 베이글도 너무 볶아 쓰기만한 커피도 아무것도 나를 흔들어 놓을 수 없었어. 다만 지금 이시간까지 하루를 보내면서 몇 번이고 나를 괴롭혔던 것은 아주 사소할 지도 모르는 문장과 단어들이었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살기로 방금 이 식탁에서 결정한 거야.


자네는 어때? 나와 결혼해 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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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일년 전이었던 것 같다. 시에스타 대신 영국의 티타임동안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 만으로 사정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 일어나고 머물러야할 순간을 깨닫게 된 것이.


어느 날, 이 날은 조금 달랐다. 함께 있는 시간이 오래된 쿠션의 먼지냄새를 맡은 듯 불편했다. 익숙하고 변하지 않은 것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꽤나 명쾌할 정도로 분명해서 드렉슬러는 로라스 역시 이 자리를 불편해하는 것을 알았다. 일어날까.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드렉슬러는 몸을 일으켰다. 무엇인가 삐그덕,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처럼 어긋나는 것만 같았다.


먼저 앞장서 걷는 로라스의 등 뒤를 드렉슬러는 고요히 바라보았다. 카페 밖 유리창에 반대방향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춰지자 무언가 정말로 끝난 느낌이 들었다.


로라스는 뒤를 돌지 않았다.


변한 것은 없었다. 서류와 야근과 외근과 늦은 저녁, 인사. 가끔은 시선이 맞닿기도 했으나 다른 동료들과도 흔히 있는 일로 특별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갖지 않게 된 티타임도 그립다거나 하질 않아서 잠시간 시간이 지나니 생각조차 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밤참인 빵봉지를 안고 뚜벅뚜벅 걷다가 드렉슬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가게의 커다란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다. 넓은 공간이 허한 느낌이었다. 늘 이 자리였는데.


문의 종소리가 맑았다. 목이 말랐다. 물 한 잔과 루이보스, 프레첼을 주문하곤 멍청하니 창문 건너를 넘겨보았다. 낡아빠진 취향의 가게 주인은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 없이 제가 아는 것만 벌써 이년째 같은 레파토리의 노래를 매일 같이 틀어대었다.


"지겹지도 않나."


별 뜻 없이 샌 소리가 어지간히 싱거웠다. 신문이나 가쉽지등으로 테이블을 잠시간 어지럽히면 약간은 한심하다는듯한 눈으로 제자리를 만들던 손이 잠시간 조금 그리워졌다. 두기가 어색해진 손으로 테이블 위를 매만지다보니 주문한 차와 빈 속에 집어넣을 프레첼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자리를 잡았다. 묘하게 입맛이 없었다.


창 밖으로 사람구경을 했다. 바삐 걸어가는 양복쟁이, 허리 굽은 할머니, 아마도 저녁식사에 늦지 않기위해 달려가고 있을 아이들에 뜻없이 시선을 얹었다. 끝의 끝에서 놓아버린 시야에 걸린 것은 다정한 연인으로 무언가 서로에게 조근조근 속닥거리고 있었다.



재밌는 영화였지.


여주인공이 정말 아름다웠어.


그녀는 스크린 속의 환상일 뿐이야.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죄는 아닐거야.


다만 소중한 것을 잃게 되겠지.



"내 사랑."


그네들의 대화를 머릿속으로 그리다 저도 모르게 말이 튀었다. 드렉슬러는 제풀에 제가 깜짝 놀라 황급히 입술 위를 손 끝으로 누른채로 고개를 숙였다.


순간 등 뒤로 무겁고 사부작 거리는 것이 닿았다. 둥둥둥. 귓전의 북소리.


"불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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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삐(@asbbi_ss_) 달성표하느라 고생했어! 그러니까 연성 더 해와!:D

나의 사랑하는 별.
내 소중한 창.
언제고 그랬듯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아래 자리를 잡으면 어느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는 어름어름한 빛들이 얼룩덜룩한 검은 융단 위에 모여 딱 눈이 부시지 않을만큼만 밝아 좋았다. 그 색색의 빛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여 항상 같은 곳에 있지않음으로 그것을 보고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라 좋았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반짝임이 사그라들지 않아 좋았다. 글과 그림으로 빼곡히 차있는 책보다는 길을 걷다 올려다보는 밤하늘이 더욱 두근거리듯이 나에게는 네가 그랬다.


솟아오를 때의 희열에 붉게 타오르는 열기가 좋았고 그것이 결국 땅으로 꼬꾸라져 큰 굉음을 내고나면 무구가 그 열기를 이기지못할까 빠지지않고 내게 찾아오는 그 당연스러운 규칙이 좋았다.


나는 네 앞에서 몇 번이고 창에대한 나의 애정과 별에대한 나의 사랑을 속삭였다.


나의 사랑하는 별.
나의 소중한 창.


정작 내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빛과 열과 폭발이 있었다. 소리가 사라지고 이명이 자리를 채웠다. 뻐끔뻐끔. 그와중에 달려오는 네가 있어 좋았다. 자리를 지켜야지. 정신이 없는 중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 규칙 하나만큼은 철저한 놈이었는데 당황으로 잊어버렸는지 투구를 벗으려하기에 안 돼. 안 돼. 몇마디 벙긋거렸다. 만류할 팔이 없었고 고개가 들리지 않아 볼 수 없었으나 신체의 대부분이 고온고열로 산화하여 잿더미가 되었으니 아마 보통사람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란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투구에서 손을 내리지 못하고 너는.


아아-


외마디로 입을 열었을 것이다. 말을 잇지못하는 것은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아아-


제 대장장이가 땅에 누워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아-


네 입가가 그렇게 일그러지는 것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데.


나의 사랑하는.
내 소중한.


그래도 난 여전히 외사랑보다야 짝사랑이 나아서. 까무룩까무룩 눈이 뒤집히자 그제야 내 귀에도 안 돼. 안 돼.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렇게 비가 왔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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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목소리에 얹어진 어정쩡한 메세지를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망설임은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옅어져갔고 드렉슬러의 도와달라는 그 한 마디가 마지막 덧창마저 열어젖히고 만 것이다.

 

 시간과 공간과 사건과 사람이 한데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토마스는 저보다 큰 덩치의 드렉슬러를 받쳐안고 허리를 들썩였다. 맨살이 부딪히며 나는 둔탁한 소리와 저의 헐떡거림과 드렉슬러의 거친 숨소리, 말들이 선명한 방 안을 마저 채웠다.

 

 앓기만 하던 이의 손이 순간 힘이 들어가 우그러들었다. 힘껏 쥐어진 어깨의 통증과 바뀐 공기에 어리둥절하던 토마스는 참담한 얼굴로 입술을 짓이기는 드렉슬러의 얼굴을 보고야말았다. 드렉슬러는 노련하게도 아주 잠깐 사이에 그것들을 행위의 고통에따른 괴로움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리곤 제 매끈한 등을 구부려 안으로, 안으로 토마스를 밀어넣었다. 제 옆머리 언저리에서 우물거리는 입술이 느껴졌다. 망설이는 것은 제가 아니라. 좋아. 터져나온 소리와 함께 툭. 둔탁한 것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열하루째. 사실 날짜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로라스는 당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첫 날 드렉슬러를 마주하면서, 그리고 어제의 거절을 들으며 그간 제 자신을 붙잡고 있었던 무언가가 완전히 당락이 난 참이라 걸음은 가볍기만했다.

 

 그렇게 문까지 열걸음쯤 남았을까. 한 걸음에 소리가 성큼 다가왔다. 또 한 걸음에 불안이 성큼 다가왔다. 그 다음은 기척, 그리고는 열기, 한 걸음이 남자 로라스는 제자신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평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틈사이로 뻗어져오는 것은 시선이나 갈망보다는 오히려 존재감, 그 자체였다. 달궈져 들뜬 공기 속이 유난히 고요하고 적막했다. 군사용 철제 침대 위 딱딱한 매트리스, 그 위의 얇은 줄무늬 시트 한 장. 토마스는 그 위에 어지러진 담요와 베개가 처음부터 신경쓰이던 참이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가 앉아있어야 할 곳에서 살덩이가 뒤엉켜 들썩였다. 언제나 등은 제 차지였으므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몇 번이나 그려보았던 갈색 등이 하얀 불빛 아래서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다른 이들의 행위를 보는 것은 생경한 일이었다. 코팅이 된 우비 위를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일련의 일들은 눈을 거쳐 신경을 타고 뇌를 두드렸으나 어울리지 못하고 도르르도르르 흘러내리기만 했다. 다만 우비만으로는 그 습기들이 우비 속의 안감을 눅눅하게 만들고 손 끝과 발 끝의 온기를 앗아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로라스는 딱 그짝이었다.

 

 어린기가 남은 청년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부드럽게 휘어든 등이 어거지로 구부려지며 뻣뻣하게 굳어졌다. 갈색과 흰색이 섞인 뒷통수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깜박깜박. 눈은 잘도 깜박였다. 항상 어둡던 방에 빛무리가 흐르는 것이 이상하게도 이상하지 않았다. 모든 장면이 스냅샷이 되어 차곡차곡 쌓아올려지기 시작했다. 이상할 것이 없었다. 로라스는 조금 출출한 뱃속과 제가 왜 이 자리에 서있는지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문을 열고 들어가 저 둘의 옆, 그러니까 항상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제가 앉을 수 없는지에 관해서도 생각했다.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제 생각에 눌려진 이미지들이 흐렸다.

 

 좋아.

 

 몸이 빨려드는듯 했다. 저도 모르게 내딛은 걸음은 구두의 끝으로 문을 찼다. 뻑뻑한 경칩으로 틈새가 조금 더 벌어진 것뿐이지만 예민한 신경으로 토마스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로라스는 두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고 울대를 넘겼다.

 

 솔직하게도 구역질이 났다.

 

 무엇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토마스는 알지 못했다. 눈이 부시게 밝은 빛 아래에서 어둠 속이 도통 보이지 않아 불안에 떨 뿐이었다. 상상속의 로라스는 어둠 속에서 저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저 역한 것을 본 행인마냥 인상을 찌푸렸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여전히 제 상상 속 로라스는 저희를 노려보았다. 문을 두드리고 남자는 시선을 끊어냈다. 드렉슬러는 앓고 있었다.

 

 약해.

 

 "너무해요."

 

 얼마 전 리차드가 제게 얼굴을 굳히며 경고하던 말이 고막 속으로 흐르지 못하고 고여 왱왱 울렸다. 축축하게 젖은 뺨에 연거푸 입을 맞추며 토마스는 그저 너무해요, 너무해요 라고 되뇌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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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드렉슬러는 배와 땅과 아버지를 모조리 잃고 짐승 취급을 받으며 짐짝 사이를 굴러다녔다. 조그만 머리통에선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떠다녔지만 대부분이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없는 것들뿐으로 이것들이 왜 지금 이렇게 솟아나는지 알 수 없었다.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일기 시작한 것은 그 때쯤으로, 머릿속을 끄집어 낼 수 없는 답답함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그제야 알았다. 조그만 톱니바퀴와 번쩍이는 금속들이 저와 함께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화이트 칙스의 수장 노엘 맥그리거의 괴상망측한 성벽은 그런 드렉슬러를 더 힘들게 했다. 까만 뱁새눈의 남자가 제 아버지를 쏘고 저를 보며 고약하게 웃었던 것을 기억한다. 뛰고 달리고 부딪히고 박살나는 그 소란을 적막으로 기억한다. 두근거리는 조그만 가슴팍에 그 커다란 옷과 일지를 끌어안고 두려움에 질려 책상 뒤의 구석지에 쪼그려앉아 벌벌 떠는 것이 고작이었다. 붉은 별이 질 것을 알았다. 총소리가 나고 선창으로 언제나 굳게 서있던 두다리가 공중에 붕 뜨는 것이 잠시간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 바다냄새가 짙게 났다.

 

 노엘은 금발의 파란눈과 전형적인 아일랜드계의 골격을 지닌 백인으로 지독한 백인우월주의자였으나 애석하게도 제 어머니가 집시라고 했다. 이것은 조셉이 얘기해준 것이다. 남자는 늘 어린 소년을 끼고 있었다. 흑인이거나 라틴계가 대부분이었으며 그와중에 금발은 없었다. 남자는 제 금발머리를 싫어했다. 여자아이는 싫다. 임신은 끔찍하므로. 백인아이도 싫다. 그 금발이 싫으므로. 혼혈도 싫다. 그 존재 자체로 불경한 것이므로. 그 축축한 입으로 드렉슬러의 어깨를 집어삼키며 노엘은 잘도 떠들었다. 드렉슬러는 끊임없이 훑어지고 짜내지고 훌떡훌떡 동전의 앞뒷면마냥 뒤집어졌다. 이야기는 체액으로 더럽고 특유의 냄새로 지독하여 몸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어쩌면 남자는 제 자신이 싫었는지도 몰랐다.

 

 조셉은 그걸 알았다. 그래서 자신을 계획에 끼워넣은 것이다. 그것은 드렉슬러도 알고 있었다. 자기혐오만큼 무너지기 쉬운 것도 없단다. 주방장이 엉망인 식당은 문을 닫아야지. 그리고 새 가게를 열거야. 조셉은 그 조그만 눈을 반으로 접고 콧수염을 실룩이며 웃었다. 드렉슬러는 그것이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다.

 

 니노. 아이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다. 매음굴에 굴러다니던 심부름 꼬마를 거둬준 것은 따뜻하고 커다란 손으로 퉁퉁한 배가 넉넉한, 재밌게 생긴 신사였다. 남자는 아이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었고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말을 외우는 니노를 자랑스러워했다. 적어도 니노에겐 그렇게 보였다. 얼굴 모르는 아버지나 마약에 찌들어 매음굴을 굴러다니는 어머니보다 남자는 훨씬 근사했고 고상했으며 또 친절했다.

 

 니노는 남자를 굉장히 좋아했으나 남자에겐 니노가 최고가 아니었다. 억센 갈색머리에 하얀 새치가 섞인 못생긴 라틴계 녀석이 항상 남자와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니노를 아끼는 것과 그 남자아이를 아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애정의 깊이가 달랐다. 니노가 보기에도 남자아이는 비범한 무언가가 있었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족속으로 가장 재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제 발버둥과는 상관없이 언젠가 인정받으리라는 사실이었다. 조셉은 날카로운 눈매로 그것을 잡아챘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 운 좋게도 이글거리는 질투와는 상관없이 조셉은 제 계획에 저를 끼워넣고 계획을 세웠다. 니노에게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은 어짜피 다 똑같은 이었다. 제 어머니든. 조셉이든.

 

 드렉슬러는 니노의 파란 눈이 언제나 질투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계획을 망치리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완벽한 것들 사이에서 부유하는 결점을 제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입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도저히 그것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것으로 여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 때는 그것으로 좋았다.

 

 조셉은 제 눈 앞에서 사살당했다. 약속된 창고 나무문 뒤에 저는 또 웅크려 숨어있었다. 총소리와 동시에 두 다리는 있는 힘껏 땅을 찼고 조셉의 쌍둥이 형 리처드의 도움으로 드디어 지옥에서 발을 빼낼 수 있게 되었다.

 

 조직 내에서 드렉슬러의 위치는 수장의 애첩 같은 것이었다. 스스로 빛나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가려지지 않았고 조셉 뿐만 아니라 누구든 알아차릴만한 것이었다. 쌓여가는 종이조각과 갈증으로 어린 드렉슬러는 제 빛을 숨기는 법도 참아내는 법도 알지 못했다. 쏟아지면 쏟아내었고 솟아나면 솟아나게 두었더니 그렇게 되었다. 날벌레들은 빛을 찾아다녔다. 도망친 드렉슬러를 쫓아 영국 구석구석을 누볐다. 드렉슬러는 하렘가 리처드 소유의 상점에 숨어지내며 숨을 죽였다. 리처드는 조직의 일원도 아닌데다 동생을 잃은 시름으로 늘 분노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리처드를 쉬이 건들 수 없었다.

 

 리처드는 드렉슬러에게 쉼터와 음식을 내어주면서도 복수에대한 갈망이 가득 찬 눈으로 드렉슬러를 쏘아보며 항상 이렇게 말했다.

 

 '다 네 놈 탓이야.'

 

 '알고 있었지?'

 

 '네가 사람새끼라는 걸 믿을 수가 없구나.'

 

 리처드와 조셉은 일란성 쌍둥이었지만 한날 한시에 태어나지 못했다. 리처드를 낳고 산모의 몸에 이상이 생겨 조셉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그 목숨과 맞바꾸어 세상 빛을 본 것이다. 조셉은 잔인하고 악독한 구석이 있었다. 허나 제 피를 나눈 하나뿐인 동생이었고 제법 똑똑한 편이었으며 남의 신뢰를 얻는 일에 익숙했다. 리처드는 타고난 제 순한 성질로 동생을 사랑했고 늘 그의 편을 들어주었으며 동시에 그 약삭빠름을 질투했다.

 

 동생의 죽음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죽고 난 뒤 남긴 유일한 것,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라티노는 제가 보기에는 깡말라 볼품없었으나 통통한 엉덩이 정도는 꽤 볼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일 뿐이다. 저런 녀석을 믿고 계획을 세우다니 바보같은 녀석. 머리까지 치솟는 열에 눈물이 죽죽났다.

 하지만 겁에 질린 와중에도 드렉슬러의 재능은 굉장한 것이었다. 리처드는 드렉슬러에게 동생의 죽음에대한 책임을 묻다가도 신이 내렸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 없는 재주에 넋을 놓고는 했다. 그렇게 한 달, 또 한 달이 지나자 이 모든 일이 헛된 것이라는 생각이 완전하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간 제가 한 짓을 돌이켜보자 그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었다. 소년에게 사과하겠노라고, 리처드는 그렇게 마음을 먹었었다. 통돼지를 굽고 스콘도 넉넉히 만들었다. 제 특기인 특제 사과소스까지 저녁은 완벽했다.

 

 드렉슬러의 방이 비어있었다.

 

-

 

 토마스는 평소와 다른 방에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매일 같이 들르던 방이 유난히 밝았다. 노랗고 어두운 조명대신 하얗고 밝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선명한 색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이 부셨다.

 

 부드럽게 팔을 쓸어 당기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일이 끝나고나서 그간도 몇 번인가 그와 한 적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맡은 일이 있을 때의 드렉슬러는 늘 일에 열중하기 바빠서 토마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평소 답지 않았다.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허리가 무거워서 집중이 되질 않아."

 

 왁스로 쓸어넘긴 머리를 섬세한 손끝으로 다시 정돈해주며 드렉슬러는 토마스의 귓가에 얼굴을 붙인채 속삭였다.

 

 "지금."

 

 목까지 붉어진 하얀 피부 위를 미끄러지듯 손톱으로 쓸어 뒷덜미를 끌어당겼다. 이마가 맞닿아지고 눈을 마주하자 뿌연 안개가 낀듯한 몽롱한 파란 눈이 한 눈에 들었다. 절로 들어올려지는 턱을 드렉슬러는 저지하듯 검지로 내리눌렀다.

 

 "착하지."

 

 뺨에 닿는 입술이 부드러웠다. 침대로 끌어당기는 손은 조급한 감이 있었다. 늘 정돈되어 있던 침대 위로 담요와 쿠션이 어지러웠다. 밝은 실내로 고스란히 들어오는 적나라한 장면에 토마스는 주저했다.

 

 "정말이에요?"

 

 열망에 반쯤 젖은 눈은 의심쩍음을 주렁주렁 달고 드렉슬러를 향했다. 분명 어린 시절 제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제가 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게 되어버렸다.

 

 "뭐가."

 

 대꾸는 퉁명스러웠다. 머플러와 자켓, 셔츠, 바지를 솜씨 좋게 벗겨내며 드렉슬러는 어느새 속옷차림인 토마스를 침대 위로 밀어냈다.

 

 "토미."

 

 부드럽게 불리는 이름에 맑은 눈이 깜박였다. 드렉슬러는 조용히 웃었다.

 

 "도와줄거지?"

 

 손은 어느새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금방 씻은 사람으로부터 나는 비누향이 가득했다. 순식간에 제 옷까지 벗어버린 드렉슬러는 익숙한 듯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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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났다. 파악하고는 금방이었다. 원래부터 있던 것. 상대는 조잡했다. 처음부터 꺼슬꺼슬 신경을 건드리던 것은 아마도에서 결국엔이 되었다. 다만 세번째 편지 후의 잠시간 흔들리던 마음이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었다. 그래도 벌벌거리던 손으로 단 열흘만에 완벽한 답안지를 내었다. 이제 남아있는 일이라고는 제 흔들거리는 마음을 결정내리는 것이 하나, 또 그를 위한 선물을 결정하는 것이 하나였다. 사실 하나밖에 되지 않았다. 검은 개는 여전히 꼬리를 흔들었다.

 

 개는 오늘따라 침대에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 동물의 감각은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것이 있었다. 어쩌면 그간 자신의 행적이 결국 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드렉슬러는 곁눈질로 자신을 훔쳐보는 개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지는 거리에 개의 머리가 들렸다.

 

 "얼마 안 남았어."

 

 털의 결을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자 개는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았다. 제 주인의 것과 닮은 눈은 아무런 뜻도 담지 않고 다음을 곧은 시선으로 기다렸다.

 

 드렉슬러는 실없이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참, 너도 안 어울리는 짓을 하는군."

 

 개를 조금 밀어내고 침대 머리부분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바닷가에서 자주 들려오던 자장가가 코를 울리며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제 허벅지에 턱을 올려놓는 개의 행동이 조금은 사랑스러웠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드렉슬러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로라스는 눈을 뜨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충분한 온기와 익숙한 느낌으로 어린 시절 자신의 요람에서 눈을 뜨는듯 평온하고 안정된 느낌에 절로 미소가 날 지경이었다. 뺨에 닿은, 평소보다 조금 거친 느낌의 천에 살갗을 문대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돌벽이 시야에 차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셔츠 천이 제 이마에 닿아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 주름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고 들이쉬고 내쉬는 편안한 숨에 천아래로 살덩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알았다. 제 뺨과 눈가와 귀와 뒷통수에 걸쳐 얹어진 손바닥은 수면으로 인해 평소보다 높은 체온으로 따뜻했다. 꿈인가. 알 수 없는 기분에 이마를 더 바짝대었다. 넘어가려는 울대로 제 입술 위에 손가락 두 개를 얹었다. 맙소사.

 

 숨소리가 사근사근 났다. 그 숨이 스무번정도가 들락날락할 정도가 되어서야 로라스는 제 머리 위의 손을 받치고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바로 누웠다. 뒷목에 괴어진 허벅지가 단단했다. 주인이 일어나기 전까지 제 손아귀에 쥐어진 손은 제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 로라스는 마디 굵은 손을 조금씩 더듬으며 로이드와 반지와 잃어버린 전우들과 또 아까의 온기따위의 것들을 생각했다. 반지. 이 아름다운 손가락에 제 반지를 끼워넣어야했다. 그 전에 조금, 그 위에 키스하고 싶었다.

 

 "아."

 

 손을 빼앗기자 탄식이 흘렀다. 눈 안에 가득 들어왔던 손이 거둬지자 시큰둥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얼굴이 대신 들어찼다.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로라스는 그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멍청한 얼굴이라고 드렉슬러는 생각했다.

 

 "뭐 해. 뭐 해."

 

 타박하듯 손가락들과 손바닥으로 시선을 끊어내고 배려없이 몸을 일으키자 낡은 침대 위로 머리가 떨어지며 철제 프레임이 삐그덕삐그덕 비명을 질렀다. 무언가를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로라스는 조금 심통이 났다.

 

 드렉슬러가 알 바는 아니었다. 잠은 완전히 달아났지만 잠을 깨려는 척 앞머리를 헤집고 뒷목을 벅벅 긁었다. 다시 삐그덕 소리가 났다. 침대에 걸터앉은 로라스는 다시금 엄지로 제 검지의 반지를 문질렀다.

 

 "…반지."

 

 들릴듯 말듯 말이 새었다. 그 어설픔에 순간 울컥하고 화가 밀려왔다. 드렉슬러는 제 책상의자에 꽤 거칠게 앉으며 거만하게 몸을 늘어뜨려 손깍지를 꼈다.

 

 "알게 뭐야. 그런 시시한 반지."

 

 잠시간 허공에서 시선이 닿았다. 시큰둥한 얼굴과 시큰둥한 목소리를 로라스는 잠이 덜 깬듯한 한껏 멍청한 얼굴로 응대했다.

 

 보기좋은 입가가 뒤틀리며 푸흐흐,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숙인탓에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하며 로라스는 고개를 들었다. 노랗고 어두운 조명 아래서 파란눈은 따뜻하게 빛이 났다. 드렉슬러는 처음으로 로라스의 제 얼굴을 본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 시시하지. 자네 말이 맞네."

 

 로라스는 제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었다. 금장의 은반지는 알이 작은 푸른 보석을 빛내며 그간처럼 제가 해왔던 일을 했다.

 

 "갖고 싶지 않나?"

 

 "필요 없어. 그런 거 없었어도 여지껏 나, 잘 살았다."

 

 입을 열고 말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가는 동안 드렉슬러는 그것들이 더더욱 확실해짐을 느꼈다. 그랬다. 제 길에 반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여태껏 그래왔고 지금까지 저런 상징들로 저를 옭아매려는 모든 것은 제 구둣발에 짓밟히거나 아니면 그 무게로 저를 짓이겨오곤 했었던 것이다.

 

 "그럴 줄 알았네."

 

 실망한 기색을 띠는 목소리에 그런 것이 아닌줄 알면서도 드렉슬러는 숨이 답답해지고 화가 났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허리 아래가 무거워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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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어색한듯 단단히 굳어있던 어깨가 이틀째에는 귀찮은듯 저와 멀리 물러났고 일주일이 되자 오히려 제 가슴팍으로 붙어오기 시작했다. 로라스는 제가 그의 뒷목을 희롱했던 날의 새벽, 그간 무슨 의식인양 해오던 일을 거른 탓에 찾아든 헛헛한 느낌으로 손을 들어 제 가슴팍을 쓸어내렸다. 추운 날의 온기란 그런 것이었다.

 

 희미한 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데. 옷가지를 벗어들다 말고 배쪽의 천을 훌떡 뒤집어 킁킁, 냄새를 맡았다. 향수의 화려한 향이나 로션의 포근한 냄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시원한 단내. 깊이 들이 쉬었더니 기분이 좋아져 니트 위에 얼굴을 묻어 비볐다. 사람 살냄새. 따뜻한 냄새가 났다.

 

-

 

 개가 품 속으로 파고들게 된 것은 며칠 되었다. 개는 이젠 꼬리를 흔들다못해 발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드렉슬러가 움직이는 대로 눈을 뒤굴뒤굴 굴렸다.

 

 "귀엽지 않아."

 

 가는 눈으로 개를 노려보자 개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으나 꼬리는 여전히 휙휙 바닥을 쓸었다.

 

 "밉상."

 

 파란 눈에 담긴 저는 여전히 낯설었다. 몇 번이고 파랗고 선명한 눈동자에 제가 비치면 드렉슬러는 저도 모르게 제가 제 고향 스페인의 하늘 아래, 그리고 하얀 빛이 너울거리던 푸르른 고향의 바다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을 타기 위해 돛이 펼쳐지며 공기를 때려 내던 소리가 뱃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와 섞여 들려왔다. 기대로 가득 차있던 여섯살의 첫 출항. 조셉은 자신이 이 모든 걸 기억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질 못했다.

 

 드렉슬러는 토마스를 통해 리처드와 세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처음은 드렉슬러의 것으로 당연스럽게도 드렉슬러는 제 편지의 첫머리에 리처드의 멍청함에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리처드가 제 이름을 달아 보낸 골칫거리에관한 불평을 쏟아냈다. 두번째 편지 전에 전서구가 도착했다. Close the door. 일전 도망쳐나오기 전의 작전명은 리처드의 밑바닥의 마지막 카드 같은 것이었다. 조셉은 그 때 죽었다. 제 수장을 배신하려던 오른팔은 우습게도 심부름 꼬마의 내부고발로 사살당했다. 꼬마는 조셉이 주어온 고아였다.

 

 "심지어 나도 알겠어요. 리처드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예요."

 

 "오래된 애증의 고리라고나 할까. 숙원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거지."

 

 별 것 아닌 듯한 어투의 리처드는 열을 내고 있는 토마스의 말에 되는대로 적당히 주어넘기는 듯이 답하며 영수증과 물건을 확인하고 칸마다 싸인을 했다.

 

 "이해할 수 없어요. 그 사람이 무슨 요원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렸어."

 

 잘린 말에 입술이 비죽였다. 성가신 녀석. 리처드는 제 콧수염으로 간질거리는 코를 실룩거리며 검지로 코 옆을 긁었다.

 

 "그 자식은 이전부터 B구역을 맡고 있던 마피아 집단의 우두머리가 맞아. 제 아버지 로라스가 제 아들 로라스에게 물려준거지. 그정도는 이쪽 계통 녀석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어. 네 녀석이야 이제 이 년차니까 알턱이 없지만."

 

 꼬맹이. 끝에 따라붙는 말에 토마스는 발끈 화를 냈다.

 

 "그 사람은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이제 슬슬 그만할 때도 됐잖아요. 육 년이에요. 리처드. 육 년이라고요."

 

 "그만해?"

 

 일순 공기가 날카로웠다. 토마스는 헛숨을 들이키며 입을 닫았다.

 

 "뭘 그만해."

 

 리처드는 화를 삭히듯 주먹을 움켜쥐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신경질적으로 펜을 놀리다 돌연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다. 쓸쓸하게 처진 눈꺼풀 아래 검은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답답한 마음에 리처드는 연거푸 제 늙은 거죽을 마른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주름과 검버섯이 당겨지고 하얗게 새어버린 털이 엉그러졌다.

 

 "이미 내 손을 떠나간 일이야. 내 일이 아니라고."

 

 몇 십년이나 곪아온 속이 말이 아니었다. 스러져가는 별을 볼 때의 죄악감과 잃어버린 것에대한 그리움과 탄식,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원망이 썩은 진흙처럼 문드러졌다.

 

 "꼬맹이. 녀석은 한 번 이 곳을 떠났었어. 내 손에선 고작 두 달. 고 맹랑한 것은 열 다섯에 도망쳐서 스물하고도 여덟이 돼서야 돌아왔다고. 난 녀석이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얇은 입술이 바르르 떨려오자 리처드는 손으로 입을 움켜쥐어 쓸어내렸다.

 

 "정말이지,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리처드는 조금 풀이 죽은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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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ㅇ0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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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침묵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발소리조차 적막했던 길고 긴 복도를 지나 실험실로 돌아온 둘은 각각 제자리를 찾았다. 침대는 흐트러져 있었다. 소란에 정돈할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 두툼한 책이 두 권 펼쳐져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는 제 몫일 생화학 책이 한 권,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지도책인 것 같았다. 제대로 쉬고는 있었던 건가. 로라스는 창백한 드렉슬러의 안색을 살피며 묘한 얼굴을 했다.

 

 "붉은 펜으로 표시를 해놨군. 여행이라도 갈셈인가?"

 

 "뭘 봐. 낯짝도 두꺼워선."

 

 순식간에 손 안에 들려있던 책을 빼앗겼다. 멍청한 얼굴로 눈을 깜박거리다 침음이 새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드렉슬러였다. 안 그래도 로라스를 몰아세운 것이 제깐에는 조금 마음에 걸렸던 참이다. 책을 책꽂이에 꽂아 넣으며 드렉슬러는 입을 열었다.

 

 "땅 지도가 아니야."

 

 "그럼?"

 

 "알아서 뭐하게."

 

 로라스는 엄지로 검지의 반지를 문질렀다.

 

 "그냥."

 

 "일 없다."

 

 흘끔. 시선이 손 끝에 닿았다. 머리속은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한숨을 쉬었다.

 

 "하늘 지도야. 별 지도. 붉은 색 표시는 내가 한 게 아니야. 영감이 한거지."

 

 "리처드?"

 

 "아니, 조셉."

 

 주춤대는 어깨는 방금의 이름이 입에서 저도 모르게 흐른 것임이 분명했다. 낯익은 이름인데도 얼굴이 바로 떠오르질 않았다. 그건 또 누군가. 묻기에는 둘 사이가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니었다. 책꽂이에 등을 기대고 저를 내려다보는 거만한 얼굴에선 숨기려해도 사람냄새가 났다. 무릎 위의 손가락이 톡톡 바닥을 두드리자 드렉슬러는 짜증스런 손길로 제 머리를 헤집었다.

 

 "그거 하지마."

 

 "뭘 말인가."

 

 "그거, 그 손가락, 두드리는 거 하지 말라고. 정신사나우니까."

 

 "아, 거슬릴 줄은 몰랐군."

 

 "그런 게 아니야."

 

 바로 지어오는 의아한 표정에 드렉슬러는 제가 쪽지를 받은 이래로 쪽잠조차 전혀 자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방문으로부터 아흐레인 지금까지 기껏해야 예일곱시간정도의 조각잠만을 잤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피로로 찌들어 있을 얼굴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다 잠시간 멈추어 코 아래에 걸어놓았다. 이러면 보이지 않겠지. 멍청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간 빛을 본 조셉의 이름이 입 안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벌어진 틈새로 비집고 나오려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냥 초조해져서 그래."

 

 "일이 잘 풀리지 않는가?"

 

 "아니, 아니, 무슨 소리야.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쉬워서 이상할 정도지. 이건 마치,"

 

 이미 치료약이 있는 병처럼 보일 정도거든. 마저 말을 뱉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평소라면 뒷말의 시작은 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피곤한 것이 분명했다. 로라스는 제 손목의 시계를 흘끔보았다. 10시 45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군. 오늘은 읽을 것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리 일찍 올 것을 왜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 침입자. 명쾌했다.

 

 "영감, 눈이 완전히 멀었군."

 

 "리처드?"

 

 "오오냐."

 

 본인도 별 감추려는 생각이 보이질 않았다.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자를 보내는 머저리가 누굴까. 연기일까. 이득은? 취할 것은? 목적은? 제 가설이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투명한 사내가 여전히 읽을 거리를 요구하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꽂았던 책을 도로 뽑아 던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중에 네 수준에 맞는 건 그런 것 밖에 없어."

 

 로라스는 드렉슬러가 자신이 그 책을 펴보길 기대하고 있다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별의 항해일지라고 적혀있는 책은 낡아빠진 가죽책으로 그것조차도 헤진 겉껍질에 새로 만들어 덧댄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속지는 누렇게 변색되어있었다. 첫장에는 유려한 필체로 '내 아들에게.'라고 적혀있었고 드렉슬러가 별지도라고 부른 것은 20년쯤 전의 해도였다. 모년 모월 모일. 날씨 맑음. 잔잔한 바다.

 

 "별에 관한 책이 아닌데."

 

 "별 지도 맞아. 붉은 색 별이야."

 

 드렉슬러는 갑작스레 발작하듯이 깔깔댔다. 우스갯소리라도 한 듯이 명랑했지만 경멸스러운 웃음은 감출 수 없이 차가웠으며 웃음 특유의 따스함이라고는 한 조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Prestigio. 명예라는 글자를 뱃머리 앞에 달고 배는 출항했다.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바다의 비린 소금내가 나는 털북숭이 사내는 키를 잡았다. 도중 필체가 바뀌었다. 일기였던 것은 소설처럼 다른 이의 눈으로 적혀내려갔다. 내용도, 방식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펜을 쥐는 자가 바뀌자 무역을 하던 배는 해적을 만났고 약탈당했다. 배에 싣고 있던 노비, 향유, 짐승, 술과 음식, 돈이 되는 모든 것들이 낯선 땅에 얹어지기 전까지의 기록이 꽤나 즐거운 어투로 유쾌하게 적혀있었다.

 

 "불쾌한 책이군."

 

 씹어뱉는 듯한 어투에 드렉슬러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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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쉬태그/원작자 아수삐(@asbbi_ss_)]

 

호세를 유혹하는 카르멘의 하바네라. 몸을 태워 부르는 듯한 노랫소리에, 홀리는 듯 마음이 어지러워 자꾸만 피아노 위에서 손가락이 늘어졌다. 로라스는 결국 중반까지도 연주하지 못한 채 손을 내렸다. 반주 없이도 극은 계속 되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카르멘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반한 나는 호세인가.

 

해가 붉었다. 어두운 밤이 되기 전 마지막 불꽃이 꼬리를 남기며 사라질 때, 드렉슬러는 절정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빛무리 속에서 기다란 손가락이 허공을 쥐었고 땋아내린 머리카락이 춤을 췄다. 즐거운 듯 미소를 걸어 놓은 입가와 하얀 치아가 유난히 눈에 들었다. 그녀는 분명 빛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수 없이 불렀던 노래들을 로라스는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피아노 한 대와 낡은 소파, 보면대 하나 겨우 서는 이 곳에서 처음 들은 그녀의 노래는 야생화의 강한 향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길들여지지 않은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 들었고 이것에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든 순간 로라스는 드렉슬러에게 청혼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녀를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므로.

 

절정에 달아 젖혀진 아름다운 목선. 자유로운 집시여인은 그녀를 위한 배역이었다. 가느다란 허리를 강조하는 밑단이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그녀는 가슴을 부풀려 제 소리를 낼 것이다. 귀가 있다면 누구나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지. 그 때가 되면 저는 그 중 하나가 될 것이고.

 

빛나는 사람. 빛나는 내 사랑. 때가 되면 더 큰 무대를 위해 그녀는 날아가버릴 것이다.

 

-그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자네에겐 이런 비좁은 방보단 많은 이가 우러러보는 무대가 어울려. 그녀를 꾄 것도, 길을 열어준 것도 자신이었다. 그녀는 재능이 있었고 이것은 그것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다.

 

보석을 다듬듯이 드렉슬러가 자신의 재능을 닦아 낼 수 있도록 그녀와 함께 로라스는 쉴 새 없이 피아노 위에서 손을 놀렸다. 점점 더 깊고 풍부해지는 소리에 모든 것이 잘 된 일이라고 애써 웃음지어 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쓸쓸한 기분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외마디 비명이 들리자 정신이 들었다. 로라스는 품안에 온기가 들어찰 때가 되어서야 자신이 드렉슬러를 껴안았다는 것을 알았다.

 

"너 지금 뭐하냐!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당황은 잠시, 서글퍼지는 기분에 감싸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가지말아, 렉스."

 

"이게 밥을 잘못 먹었나...가긴 어딜 가!"

 

단단히 끌어안겨 몸을 뒤트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목을 뒤로 주욱 빼자 그제야 팔에 힘이 풀린 것이 느껴진다. 흥이 끊긴 것을 따지려 고개를 들어올리니 힘 없이 내려다보는 것에 맥이 풀렸다.

 

"왜. 또 뭐."

 

퉁명스런 목소리에 로라스는 서글프게 웃었다.

 

"...옳지 못한 생각이란 걸 알고는 있지만, 노래를 부르는 자네를 보면, 두려워. 자네가 날 버리고 한줄기 노래가 되어버릴까봐. 자네가 그리도 노래하던 그 별이 될까봐.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갈무리하여 터뜨리듯 뱉으려던 것이 입술에 막혔다. 첫 입맞춤. 다급히 뺨을 감싸쥐어 입을 맞춘 것은 드렉슬러였다. 가볍게 맞닿는 키스. 처음으로 제 사랑을 확인 받은 입맞춤으로 뺨에 열이 올랐다.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라고 여겼는데. 청혼을 받아들이던 때조차 제 길을 방해말라던 이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뭐야. 싫어?"

 

파혼할래?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두 귀를 하고 뻔뻔하게 파혼을 입에 올리는 드렉슬러 때문에 로라스는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말도 안 돼.

 

"표정이 마음에 안들어."

 

"나는, 나는 그저 자네가..."

 

의무감 때문에 내 청혼을 받아들인줄 알았어.

 

"야, 이 병신아!"

 

쨍쨍하니 큰 소리가 벼락처럼 떨어졌다. 날 그런 이유로 약혼 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로 봤단 말이야? 등신 새끼! 등신 새끼! 길길이 날뛰는 드렉슬러로인해 로라스는 주춤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당연히...!"

 

드렉슬러는 주저로 시선을 피하다 결국엔 입술을 우물거렸다. 좋아하니까 했지. 당황이 가득 찼던 얼굴이 헤벌죽 풀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누굴 누구 마음대로 보내. 이 머저리 같은 놈."

 

눈썹이 잔뜩 성이나 치켜올라간다.

 

"보내도 안 가! 반주나 마저 넣어."

 

로라스는 피아노 위에 다시금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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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i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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